일부의 평가대로 4. 19학생혁명을 결정적으로 잉태키켰다는 사상계(思想界) 를 통해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함석헌(咸錫憲)선생님이 개천절인 그해 10월3일 서울고등학교에서 강연이 있었다.
(대한교련)이 주최한 4. 19 혁명완수교육자대회(革命完遂敎育者大會)에 시민대표로 나오신 것이다.
한번 읽어보려던 '뜻으로 본 한국역사(韓國歷史)'의 저자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나는 처음으로 그 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그 분이 (대한교련)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첫 말씀이 "나같은 엉터리 없는 사람 때문에 뭐 어쩐다"로 시작하였다.
즉 "시민대표가 (한국교원노동조합)이 어떤지 상황을 알고서 말하는 것을 승락하든지 그래야 하는데
잘 모르면서 끌려오다시피한 멍청이 같은 사람이다"라면서,우리를 반대하는 말씀일 것이라고 짐작했던 우리는 뜻밖에 그런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좋았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함 선생님의 따님이 '교육회'에 근무하는 인연으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뻔뻔한 4.19혁명완수 교육자대회)
그 '革命完遂敎育者大會'는 결국 우리를 제압하려는 보이지 않는 의도에서 실현된 것이다.
자유당 독재정권에 머리를 조아리며 심부름 노릇을 하던(대한교련)이 과연 4. 19학생혁명을 완수할 자격이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약삭빠른 처신술로 인하여 그들은 사상계(思想界)에다 '혁명완수'를 부르짖던 咸錫憲 선생님을 거기에 이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의 불확실한 태도 때문에 그들의 목적은 오히려 수포로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밖의 발언자들은 모두(한국교원노동조합)을 비난하는 내용 뿐이었다.
그러자 앞에서 말한 것처럼, 조합원들 이면서 동시에 (대한교련)회원으로 참석했던 우리 동지들이 분노로 본부석이 습격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바람에 대회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지만 그런 뒤에도 계획에 따라 각급 학교의 교장들은 전체 직원의 앞장을 서서 시가 행진을 하는 것이었다.
'혁명완수'를 위해서 하는 행위치고는 매우 뻔뻔한 짓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소의학교)에서는 대회 하루 전에 그 준비모임에 다녀 온 학교의 서무주임이 직원종례 때 발표를 하였다.
교원들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참여하라는 권고와 함께, 나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교사가 아닌 서무가 발표하는 것 자체도 못마땅한 나는 그가 발표한 뒤에 일어나서 말했다.
"내일 모임에, 4. 19이전의 3. 15 부정선거 때 '이승만 박사가 금덩어리가 되어서 온세상에 빛난다'는 발언을 한 사람도 참석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