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노동조합에서 5.16 지지성명을 준비하다)
군사쿠테타 소식은 1961년 5월16일 아침에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학교가는 도중에 우연히 들었던 것 같다.
그 날부터 오후 5시가 통행금지 시간이었다.
처음 며칠 간 그랬다.
그 5.16 (혹은 17일)이었던가 오후 5시 이전에 몇 사람이 신동영 선생 댁에 모였다.
5.16 지지성명을 내기 위해서였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우리가 늘 반성해야 한다고 내가 응암동 모임에서 몇 번이고 했던 말이다.
이것은 참고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밝히기는 하지만 참 매우 부끄러운 이야기이다.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분명한 것은 '지지성명'을 냈다는 사실이다.
그 때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중등에 유성우, 대학에 신동영선생 등을 포합해서 10여명이 있었다.
지방에 계신 분들은 물론 참석할 수가 없었고 주로 서울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오후 4시 쯤 모여서 통행금지 시간 전까지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누가 그런 성명을 내자고 한 지는 모른다.
성명을 내는데 이의가 없었던 것 만은 분명하다.
누가 성명서를 작성했는지 모르지만 확실히 '혁명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언론기관에 누군가가 전달하기로 결정했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반대하지는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성명은 신문에 보도되지 않았다.
아마 우리가 곧 체포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어떠한 곳에서도 그런 사실에 대한 기록이나 증거는 없었을 것이다.
오직 내 양심으로만 하는 말이요 증거일 뿐이다.
한 마디로 우리가 경솔했다고나 할까....
그 '지지성명'을 내게 된 배경이랄까 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한국교원노동조합)을 억누르고 있던 民主黨 政權에서 해방된다고 하는 점이었을 것이다.
일제 때 親日派 노릇을 한 국회의원이 自由黨 독재정권 시절보다 더 많았음은 물론 자유당의 행태와 똑같이 '반공법'을 제정한 민주당 정권에 대하여, 4.19革命 정신을 배반했다고 판단한 우리들 태도의 일부가 순간적이나마 거기에 담기게 되었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검찰에서는 교조활동을 정당한 일이다고 주장했지만 이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고 믿는다.
흔히 부끄러운 일은 숨겨두고 잘 한 것만 이야기 하는 것은 진실을 혼란시키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이 사실을 밝혀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