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주우며시대의 넝마를 주우

3-29

광래 2012. 6. 27. 19:28

1.4후퇴 때는 그 동안의 경험으로 전지역의 적령이 된 사람들이 영장을 받았다.

 

내가 겪은 이리의 경우엔 갑자기 당한 일이니까 명부를 만들 수 있는대로 만들고 소집할 수 있는대로

소집해서 남하시키던 일이 이번에는 참고가 되었던 모양이다.

 

군자학교 교사들은 거의 모두가 영장을 받았다.

 

그 해 12월 17일 이었을 것이다.

 

내가 받은 영장에는 군소재지였던 안양에 집결하라고 되어 있었다.

 

그것이 세상에 잘 알려진 (제 2 군민병)이다.

 

꽤 일찍 낮에 모여서 대를 편성하고 여러가지 조사를 마친 뒤에 그 날 밤에 안양을 떠나게 되었다.

 

눈도 많이 왔던  그 날 우리는 걸어서 남하하는 것이다.

 

소대별로 지휘자를 따라서 철길로 들어선 우리는 군포와 부곡을 지나 수원을 향하고 있었다.

 

새까만 밤, 눈이 깔린 굄목을 밟고 얼마나 갔을까, 어떤 철교에 들어섰는데 갑자기 뒤에서 열차의 기적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나는 앞으로 나가야 할 지, 멈춰 서야 할 지,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던 절대의 위기를 느꼈다.

 

나는 그냥 앞으로 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계속 가다가 막 철교를 지나 왼쪽으로 내려서는 순간이었다.

 

커다란 기관차가 머리칼을 막 스치고 달려가는 것이었다.

 

긴 대열이었으므로 미리 건너서 그 장면을 보거나,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렇게 당했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 순간은 그냥 모르고 지낸 터였다.

 

나중에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일부는 시체가 굄목에 걸려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고도 하고,

더러는 거기서 뛰어내려 얼음 위에 떨어져 다쳤다고도 했다.

 

그 사고를 당했지만 우리는 오래 지체하지 않고 곧 대열을 만들어 떠났다.

 

'넘어와서 죽지는 않았구나!' 하던 그 날은 1950년 12월 17일 밤이었을 것이다.

 

나는 온 몸의 전율을 느끼던 그 순간을 당하면서 느낀  게 있다.

 

그 날 안양을 떠나면서 다른 사람처럼 도민증이나 학교에 관련된 무슨 증명이란걸 가질 수 있었다.

1.4후퇴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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